2010 와비부부의 제주도 여행기 - 10.10 우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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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드디어 제주도로 출발!
여행길에 나서면서 날씨 걱정이 먼저 앞섰다. 화요일 전후로 비소식이 들려오던 터라 일정에 차질이 있지는 않을까 노심초사 하며 여행 내내 날씨에 귀를 기울여야 했다. 다행히 출발 당일은 화창한 날씨로 오히려 따가운 햇빛에 더위와 씨름해야 했다.

오랜만에 비행기 탄다고 들뜬 서울 촌놈!


김포공항에 도착해서는 난생 처음 저가 항공사 비행편 티켓을 발권받았다. 기존 티켓과는 달리 마치... 카드 영수증 같은 느낌이랄까~ 수속시 이 티켓에 찍힌 바코드로 승선권 확인을 하고 있었다.

이스타항공 탑승권

오랜만에 비행기를 타는터인데다 보안검색이 강화된 탓에 수속과정에서 좀 어물쩍 거리기도 했다. 수속을 마치고 잠깐 짬난 시간에 삼각김밥으로 간단히 아침을 때웠다. 곧 탑승이 시작되었고, 공항내 버스를 타고 한참을 이동해서야 오늘 우리가 탈 비행기를 볼 수 있었다. 뭐... 이정도야 일반 국내선 이용시에도 종종 있는 일이니~

08:40 제주도로 날다!
저가 항공사라 해도 별반 큰 차이 없었다. 다만, 앞서 얘기한데로 승선 티켓이 마치 카드 영수증 스타일이라는 것과, 공항 내에서 비행기 탑승을 위해 버스를 타고 좀 나가야 한다는거... 그리고 비행기가 좀 작다는거... 그 외는 일반 국내선과 별 다를게 없었다. 비행기 엔진이 프로펠러라거나, 산소마스크를 쓰고 간다거나 하진 않는다. :)

이륙 후 창밖으로 내다본 구름

우리가 이용한 항공사는 이스타항공(Eastar Jet)으로, 타 저가 항공사에 비해 좀 더 착한 가격제가 있어 운좋게 저렴한 비행 삯(2인 왕복 142,000원)으로 제주를 다녀올 수 있었다. 


09:45 제주공항 도착
제주도에 도착하자 마자 제일 먼저 한 일은 돌아갈 비행티켓 발권위치 확인과 제주올레 패스포트 구매였다. 제주 올레 패스포트는 제주공항 내에서는 이스타항공 안내 데스크에서 구매할 수 있다. 

제주올레 패스포트

이번 여행에서 걷게될 올레길은 첫날 우도 올레를 시작으로 외돌개-월평 올레 그리고 가파도 올레를 걸을 계획이다. 비록 스탬프를 받을 수 있는 올레길은 외돌개-월평 올레 한 곳이 뿐이지만... 그래도 기념으로 구매했다. 패스포트를 구매하면 제주올레 지도와 제주올레 안내 책자를 함께 받을 수 있다. 

패스포트를 손에 쥐고 100번 시내버스를 타고 제주시외버스터미널(제주종합버스터미널)로 향했다. 사실 제주도 여행을 계획하면서 가장 신경이 쓰였던 부분이 바로 교통편이다. 많은 사람들이 제주도로 여행오면 보통 차를 렌트해서 다니는것으로 아는데, 난 면허증이 없고, 마누라는 장농면허라 차를 렌트 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올레길을 걸어야 하고, 가파도와 마라도 등 섬에도 들릴 계획에다가 또 한라산을 성판악 코스로 등산해서 관음사 코스로 하산할 계획이어서 어짜피 차를 렌트할 상황도 못되었다. 때문에 출발 전 버스 노선과 배차간격 및 환승 정보등을 최대한 수집했었다.

 
10:50 동일주 시외버스 탑승
제주도도 버스나 택시등의 대중교통을 이용할때 티머니 사용이 가능해서 서울에서 사용주인 티머니가 있다면 그대로 이용 가능하다. 다만, 시외버스의 경우 시내버스 타듯이 무작정 단말기에 대면 되는게 아니라, 목적지를 기사분께 이야기 하면 해당 목적지의 요금이 찍히고 그 뒤에 태그를 해면 된다. 즉, 탑승시 요금이 결정되므로 하차시 태그할 필요가 없다.

지금 되돌아보면 휴양을 목적으로한 관광이 아니라면 굳이 차를 렌트할 필요가 없지 않나 싶을 정도로 버스 노선이 잘 준비되어 있단 생각이 든다. 출발 전 제주도 내 여행 목적지에 대한 시내외버스노선과 환승정보만 잘 챙겨가더라도 자동차로 이동하는 것 못지 않은 멋진 여행이 되리라 장담한다. 오히려 차가 있으므로 해서 불편한게 더 많을 듯 하다. 오로지 걸어면서 느낄 수 있는 제주도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끼지 못할듯 하고, 또 걷는다 해도 주차된 곳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니... 시간 측면에서 봐도 결코 절약하는게 아닌듯 싶다.
성산포항으로 가기 위해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동일주노선[각주:1] 버스를 탔다.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성산포행 버스 티켓을 발권하긴 했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냥 탑승 후 기사분이 티켓 회수 할때 말하고 티머니로 태그해도 되었다.[각주:2]

제주종합버스터미널 탑승장

그렇게 버스를 타고 1시간 20여분 달려 성산포항에 도착했다. 제주 시외버스는 마치 지하철 마냥 딱 정해진 시간(12:14분 도착 예정 시간에 약 1분 정도 빨리 도착했다.)에 거의 정확히 도착했다. 정류장에 내려 약 5분 정도 걸어서 드디어 우리의 첫 여행지인 우도행 배를 탈 성산포항에 이르렀다.

13:00 우도로 들어가는 배를 타다
성산포항에 도착해서, 승선카드를 작성하고 편도로 승선권을 발권 받았다. 우리는 오늘 우도에서 1박을 계획하고 있었다. 성산포항에서는 우도 앞 바다 속을 관광할 수 있는 우도 잠수함 승선권도 발권 하고 있었다. 잠수함은 좀 더 나이 들어 타기로 하고, 우리는 한 살이라도 더 젊을 때 걸으며 즐길 수 있는 여행을 선택했다.

성산포항

멀리 성산일출봉이 보인다.


우도까지는 배를 타고 약 15분 정도 이동한다. 이날은 구름 한점 없이 쾌청한 날씨 덕분에 눈부시게 푸른 제주도 바다를 즐길 수 있어 기분이 엄청 상쾌했다. 마누라는 배를 난생 첨 타보는거라 했다. 지금까지의 기억속엔 배를 탄 기억이 없다고 하니 말이다. 나도 아주 어릴적 배를 탄 기억은 있지만, 성인이 되고 배를 타보는건 첨인것 같다.


13:15 우도 올레 탐방 시작
우도항에 정박하리라 예상했었는데, 뭔가 착오가 있었나 보다. 하우목동항에 배가 도착했다. 깔끔하게 우도항에서 출발해서 우도를 한바퀴 도는 우도 올레를 예상했더랬는데, 하우목동항에서부터 걷기 시작해야 했다. 뭐... 그래도 어짜피 섬을 도는 순환로이니... 일단 걷기로 했다.

우리가 타고 들어온 배, 우도사랑2호

제주올레 홈페이지에 따르면 우도 올레는 총 거리 16.1Km로 4~5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근데 우리는 짬짬히 쉬어가며 좀 느긋하게 경치도 즐기며 사진도 찍고자 6시간 정도 예상으로 계획을 잡았었다. 넉넉한 시간이라 생각되었는데, 막상 이동하다보니 이것도 넉넉한 시간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처음부터 걷는 방향을 잘못 잡았다. 한참 걷다 알게 되었는데, 원래 우도 올레의 정방향은 시계방향으로 걷는 것이었다. 헌데, 우도에 도착하자 마자 아무생각 없이 서빈백사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서빈백사를 그렇게도 보고싶었던겐가? 뭐... 올레길을 역방향으로 걷는다고 문제될건 없다. 하지만, 우도 올레의 경우 역방향 화살표(주황색 화살표)가 거의 표시되어 있지 않아 길 따르기가 무척 힘들다.(가파도 올레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 정방향 화살표(파란색 화살표)마저 많이 흐릿해져 있어 알아채기 쉽지 않았다. 특히 이 화살표 뿐만 아니라 갈림길에서 이정표 역할을 하는 방향 안내 표지판과 간세가 정방향으로 걷는 이들에게 잘 보이도록 위치하다 보니 역방향으로 걸을땐 이를 놓치기 십상이었다.

처음 만난 간세! 이녀석을 찾는게 처음엔 어찌나 힘들던지...

물론 첫 올레길이라 이 화살표와 리본을 확인하는걸 자꾸 까먹은 탓도 있다. 정말 잠~깐만 넋놓고 걷다보면 화살표나 리본 본지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뒤란걸 뒤늦게 깨닳게 된다. 다행히 주변에 리본이나 화살표 또는 간세가 보이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엔 이걸 계속 걸어야 하는지 아니면 되돌아가야 하는지 망설여지게 된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첨음엔 길을 잘못들거나 혹은 길을 찾느라 보낸 시간이 꽤 많았다. 우도를 반바퀴 정도 돌고 나니 올레길 화살표와 리본 그리고 간세를 쫓는게 조금 익숙해 졌다. 그래도 우도 올레를 걸으며 곳곳에 위치한 우도의 명소를 둘러보기엔 6시간도 부족한 시간인듯 싶다. 한번 머물먼 발을 때기 쉽지 않을 만큼, 정말 정말 아름다운곳이 섬속의 섬이라는 바로 이 우도가 아닌가 싶다.

우도 올레를 걸을면서 꼭 해봐야지 했던것이 바로 우도8경 인증샷을 찍는 것이었다.[각주:3] 길을 걷기 시작해서 가장 먼저 만난 우도8경중 하나가 바로  서빈백사였다. 눈부시게 하얀 백사장을 보는 순간 "아! 저기가 서빈백사로구나!" 바로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게다가 맑고 투명한 바다는 그 속을 훤히 다 보여주고 있었다. 그제서야 비로소 내가 제주도에 오긴 온건가 싶었다. 정말 "이국적인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었다. 이로써 우도8경 중 첫 경치를 득템하게 되었다.

서빈백사

의외로 사람들이 많았다.


서빈백사를 지나면 화산섬 제주도 답게 해안은 까만 현무암들로 가득하다. 그 중에서도 서빈백사를 지나 늘어선 해안을 드렁코지라고 한단다. 우도에 사람이 처음 발을 들인곳이라 하여 제주 방언으로 드렁코지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데, 이 또한 장관이다. 드렁코지에서 주변을 둘러보면 바다 건너 성산일출봉이 보이고, 오른편으로는 서빈백사가 그리고 왼편으로는 우도항이 보인다.

드렁코지에서 바라본 일출봉

드렁코지에서 바라본 우도항


우도봉으로 오르는 공원 입구에 주차장이 있다. 여기까지만 차로 이동할 수 있고 이후는 차량 진입이 통제된다. 그러나 공원 버스는 공원 안쪽 승마장까지 오가는듯 했다. 오도봉길을 계속 따라 걷다보면 잠시 뒤 드넓은 푸른 초원이 펼쳐진다. 그리고 말들이 보인다. 승마장이다. 이 푸른 초원 위로 말을 타고 돌아볼 수 있는게다. 캬~ 멋지긴 한데... 우리는 여기서 말 타고 놀며 지체할 시간이 없어 즐거워 하는 관광객들을 보며 우리는 계속 언덕을 따라 올랐다. 가만보니 이 언덕... 예전 1박2일에서 멤버들이 뜀박질 하며 오르던 그 언덕이다. 난 도저히 뜀박질 할 힘이 없어 맘으로만 이 언덕을 달려 올랐다.

이 해안 언덕에서 만끽하는 우도의 절경도 환상적이다.

언덕에 오르자 눈앞으로 우리가 걸어왔던 해안도로가 한눈에 들어왔다. 중간즘엔 원래 도착하리라 예상했던 우도항도 보이고, 운좋게(?) 리본을 놓쳐 본의아니게 들렸던 톨칸이 해안가도 살~짝 보인다. 길따라 잘 걸었더라면 이 돌칸이 해안가는 보지도 못했을 테다.

해안 절벽 위에서 바라본 우도 동천진동 연안

우도봉은 섬의 머리에 해당한다 하여 "섬머리"리고도 불리운단다. 높이는 고작해야 해발 132m... 그거 오르는데 숨을 어찌나 헐떡였는지... 이래서야 마지막날에 한라산을 오르기나 할 수 있을런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우도봉에서 바라본 푸르른 바다

우도봉에서 내려다본 푸른 잔디

우도8경중 또 하나가 바로 지두청사다. 우도봉에서 바라본 푸른 잔디와 바다를 일컫는데, 운좋게도 이날은 날씨덕 좀 봤다. 어찌나 푸르디 푸른지... 사진으로 이 장관을 그대로 담아내지 못한게 두고 두고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번 제주도 여행을 통틀어 내 기억엔 가장 로맨틱(?)한 장면으로 남아 있는데 말이지...

우도봉에서 내려다본 우도 전경

우도봉 바로 옆으로 우도등대가 있어 곧장 이어질 줄 알았는데, 우도봉을 내려와 등대쪽으로 다시 올라야 했다. 그 사이에 군사시설이 있는지 출입이 통제되어 있었다.


16:00 우도 등대공원
우도 등대공원은 국내 최초의 등대 테마파크라고 한다. 뭐... 대부분의 테마파크가 그렇듯 딱히 눈을 확! 끌어잡는다거나... 그런건 아니지만, 등대공원을 오를때 관람로를 따라가면 전 세계의 다양한 등대 모형들을 감상할 수 있어 눈을 심심치 않겐 해준다.

등대공원 관람로에 전시된 세계 주요 등대 모형들

관람로를 따라 걷다 바라본 우도 등대

우도 등대



16:20 검멀레 해안
등대를 지나 능선을 따라 걷다보면 다시 잘 포장된 길로 이르게 된다. 이 길을 따라 조금만 가면 검멀레 해안에 다다른다. 우도8경중 하나인 주간명월동안경굴은 이곳을 거쳐 접근할 수 있다.

검멀레 해안에 펼쳐진 까만 모래와 자갈

검멀레 해안에 있는 작은 해식동굴

검멀레 해안 절벽 단층

해안을 따라 펼쳐진 단층


주간명월은 오전에 해안 석벽을 따라 만들어져 있는 해식 동굴중 한 곳으로 들어가야 볼 수 있다 한다. 두 발로는 못가고 배를 타고 접근 할 수 있는데, 검멀레 해안에는 고무보트를 운영하고 있어 이 보트를 타면 주간명월을 확인 할 수 있는 동굴로 갈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오전을 훌쩍 넘겨버린 시간이라, 아쉽지만 검멀레 해안을 즐기는 것으로 위안 삼아야 했다. 그리고 동안경굴은 해안 끄트머리에 썰물때에만 직접 들어가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이곳 또한 접근할 수 없었다.

산이 보이지 않으니 저 너머로 마치 지평선이 있을 듯 보였다.

검멀레 해안을 지나면 한동안 해안도로를 따라 걷게된다. 아무생각 없이 경치에 한껏 취해 걷다보니, 올레 길을 또 놓치게 되었다. 조일리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는 길이 있었는데, 미처 화살표나 리본을 보지 못하고 지나쳐버렸다. 비양도는 시간이 늦어지고 있어 멀찌감치에서 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계속 걸었다.


17:20 하고수동 해수욕장
비양도를 지나 계속 해안도로를 따라 걷다보면 작은 해수욕장에 이르게 된다. 해안 백사장까지 발을 들이지는 못하고 잠시 이곳 풀밭에서 사진 몇장 찍고 계속 걷기로 했다.

하고수동해수욕장

하고수동해수욕장 앞 커플샷!

하고수동해수욕장 앞 설정샷!


하고수동해수욕장 마을에서 만난 개님~

하고수동해수욕장을 지나 조금 걷다보면 다시 섬 안으로 난 작은 길로 들어서게 된다. 밭 사이로 난 이 작은 길을 한동안 걷게 되는데, 이 길 또한 너무 너무 아름답고 그리고 좀 독특한 감정을 느끼게 해준다. 분명 다른 내륙의 시골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기분탓인지 아니면 이국적인 분위기 때문인진 몰라도, 마치 영화속의 한 장면에서 내가 걷고 있는듯한 기분이랄까...

밭과 밭을 가르는 수많은 돌담들

이걸 일일이 쌓다니... 경이롭기다!


벌써 해가 기울고 있다.

밭 사잇길로 걸으며...

밭 너머로 보이는 우도 올레 펜션


제주도에서는 흔하디 흔한 현무암으로 대충 쌓아 올린듯한 나즈막한 돌담들은 작은 충격에도 쉽게 무너질것만 같은데, 오랜세월 태풍도 이겨가며 버텨오고 있는게 신기했다. 간혹, 무너진 담도 보였는데 그게 이번 태풍때문인지 혹은 다른 이유때문인진 알 수 없었다. 
그렇게 20분 정도 걷다보면, 다시 해안도로로 나오게 된다. 이미 해는 수평선에 거의 걸려 있었다. 해안도로에 가로등도 드문 드문 있어 해가 완전히 지기 전엔 항구에 도착해야 했다.

하우목동항까지 아직 갈길이 멀었는데 이미 해가 지고 있다.



18:30 첫 올레길 완주
우도 올레를 한바퀴 돌아 다시 하우목동항에 도착하기까지 5시간 조금 넘게 걸렸다. 이미 해는 수평선 넘어로 사라졌고, 날도 이미 어둑해졌다. 이때 갑자기 든 생각이 우도 올레를 역주행 하길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만약 정방향으로 돌았다면, 해가 기울고 있을때 즈음 검멀레 해안에 이르렀을테고, 저녁노을 보며 지두천사를 즐겨야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다. 뭐... 여기까진 운치라도 있었을테지만... 서빈백사는 캄캄할때 도착했을듯 하다. 아~ 이럼 정말 억울하지!

딱히 숙소를 예약하고 떠난 여행이 아니어서 이제부터 숙소를 잡아야 했다. 원래는 서빈백사에 줄줄이 위치한 펜션들 중 하나를 골라 가려 했는데, 다리에 힘도 풀리고 기운도 없어 좀전에 지나오며 전화번호를 적어두었던 펜션에 연락해서 숙박료를 알아보기로 했다. 이 펜션은 딱히 홈페이도 없고, 게다가 비쌀것 같아서 우도 숙소 후보지에서는 빠져있었다.

연락해보니 뜻밖에도 5만원에 해 주시겠단다. 서빈백사에 줄줄이 위치한 펜션들과 가격면에서 다를게 없었다. 오히려 시설면에서나 방 평수면에서 월등히 우월했다. 뭐... 젤것도 없이 이 썸머뷰 펜션으로 낙점!!! 다만, 현금만 받으신다 해서 어쩔 수 없이 없는 현금 탈탈 털어 숙박료를 지불했다. 그러고 보니 저녁밥을 먹고 카드계산이 안된다면 이거 엄청 난감한 상황이 될게 뻔했다. 주인 아저씨께 여쭤보니 ATM이 중앙마을에 있다고 하시며, 그곳까지 차로 태워 주시겠단다. 

비수기에 여행을 다니면 고시된 비수기 요금보다도 좀 더 싼 값에 숙박을 해결할 수 있는 대신, 현금을 좀 넉넉히 준비해서 가야할듯 하다. 예상 외로 현금만 받는곳이 꽤 많았다. 중앙 마을에 농협이 있어 다행히 이곳에서 현금을 찾긴 했지만, 이마저도 없었다면... 여행 첫날밤을 허기진 배를 부여잡고 배고픔 속에서 고통스럽게 보내야 했을런지도 모를 일이다.


19:00 우도숯불갈비
간단한 간식거리를 바로 옆 농협마트에서 사들고, 근처 밥집을 찾았다. 몸도 맘도 피로에 쩔어 있는 터라,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우도숯불갈비 가게로 들어갔다. 제주도까지 와서 양념갈비를 먹게 될줄이야. 풉! 썰렁하리라 예상했던 가게 분위기와는 달리 사람들... 주민들로 북적였다. 서빈백사에 줄지은 음식점은 아무래도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곳이다 보니, 거의 대부분 가격도 비싸고[각주:4] 영업시간도 짧다고 한다. 특히 오늘같은 일요일엔 마지막 배 시간 맞춰 관광객이 다 빠져나간 터라 더 일찍 영업이 끝나지 않았을까 싶다.

제주도까지 와서 먹었다는게... 양념숯불갈비~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동네 주민들 여기 다 모인건지... 너무 바쁜탓에 주문한 된장 찌게는 고기 다 먹을 때 까지 결국 보지도 못하고 주문을 취소해야 했다. 뭐... 이런~ 그래도 그나마 이 시간에 고픈 배를 채울 수 있었으니, 그걸로 만족해야 했다.

펜션 주인 아저씨가 여기 중앙 마을까지 데려다 주시긴 했지만, 이제 다시 숙소로 찾아갈 일이 남았다. 문제는 길을 잘 모른다는거다. 게다가 가로등도 거의 없는 이 낯선 길을 따라서 말이지... 그래도 그냥 배도 부르니 감각에 의존해서 일단 길 따라 걸었다. 그렇게 걷고 걷다 드디어 만난 해안도로는 펜션에서 한참 떨어진 곳이었다. 또 다시 한밤중에 우도 올레 탐방에 나서야 하는 황당한 경우가 벌어진 것이다. 해안도로를 따라 약 20여분 걸어 겨우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21:30 우도의 야경
숙소에 들어서자 마자 마누라는 이내 전사하셨다. 난 너무 땀을 많이 흘려 일단 씻고 자든지 말든지 해야 했다. 샤워를 하고 나니 조금 피로가 풀린듯 해서, 야경이라도 건저볼 심상으로 삼각대와 카메라를 들고 밖을 나섰다.
6~7월경 멸치잡이를 위해 한밤에 집어등을 켜고 어업을 하는 광경이 장관이라 해서 이 또한 우도8경 중 하나라 한다. 이름하여 야항어범! 하지만, 시기도 시기려니와 이 광경을 보려면 섬 동쪽으로 가야 하는데, 숙소는 서쪽에 위치하고 있으니... 아쉬운데로 숙소 앞 바다 야경과 언덕 너머로 살짝 보이는 등대 불빛을 쫓기로 했다.

숙소 근처에서 바라본 작은 해안 마을

바다 건너 제주도와 조업 중 어선 집어등

언덕 넘어로 겨우 살짜 보이는 우도 등대 불빛

그리고 항상 이런 외딴곳에 들릴때면 꼭 한번씩 찍어보는 사진이 있다. 바로 밤 하늘 사진이다. 서울에서는 한밤에도 수많은 가로등과 광고 및 경관 조명 등으로 별 보기가 이젠 거의 불가능해졌다. 그래서 꼭 이런곳에 들릴때면 하늘로 카메라 렌즈를 향하게 두고 사진을 찍어본다. 고개를 들어 밤 하늘을 보고만 있어도 이내 수 많은 별들이 눈에 들어오는데, 이 별을 서울에서는 볼 수 없으니... 참 소중한 사진이 아니겠는가? 그것도 내가 머물렀던 곳의 별들을 말이지...

이런곳에 오면 꼭 한번씩 찍어보는 하늘에 뜬 별들~

잠깐 둘러보려 나섰던 길이 1시간을 훌쩍 넘겨버렸다. 다시 숙소로 들어와 짐을 대충 정리하고 23시가 거의 다 되어서야 겨우 잠자리에 들었다.


여행 첫날... 우도에서의 하루는 가히 황홀한 수준이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여행지로 꼽으라면 단연 우도를 꼽을테다. 다만, 이번에 우도8경 중 4경과 6경인 지두청사와 서빈백사만 제대로 확인했다는게 좀 아쉬웠다. 1경과 2경인 주간명월과 동안경굴은 검멀레 해수욕장에서 발을 돌려야 했고, 5경인 후해석벽은 보고도 그게 5경인줄 몰라 인증샷을 찍지 못했다. 그리고 8경인 야항어범은 숙소 앞에서 밤 바다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3경인 전포망도는 내일 배를 타고 나가며 확인하려 했는데, 아침 바다 안개로 절반의 성공에 그친셈이 되었고, 마지막 7경 천진관산... 우도에서 바라본 한라산은... 흑! 생각지도 못했다. 그래서 다음날 아침에 찍어보려 한라산쪽을 바라보니 짙은 안개로 제주도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으니...

그래도 너무나 행복했던 기억들을 간직할 수 있었던 여행이여서 만족스러웠다. 게다가 아무리 계획을 잘 짜더라도 현지 사정에 따라 일정이 틀어지기 쉬운데... 다행히도 그런 이변도 없었다. 내가 계획했던 일정대로 별 문제 없이 정확하게 딱!딱! 들어맞은게 흐뭇하기도 했고, 또 한편으로는 신기하기도 했다. 이게다 놀라울 정도로 발전된 인터넷 덕분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

더 많은 사진 보기

  1. 제주도에서 시외버스를 조금이라도 수월하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제주도 주요 도로를 익혀두면 도움이 된다. 시외버스는 도로에 따라 운행 버스가 분류되고 있었다. 동일주(동부 일주도로), 서일주(서부 일주도로) 또는 5.16노선 등 버스 출발지와 종착지는 제주~서귀포지만, 운행하는 도로가 각각 다르다. [본문으로]
  2. 티머니 되고, 하차벨 있고, 정류장 안내방송도 다 나온다. 시외버스라고 하고,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하고 도착하니 시외버스인줄 알지... 서울로 치자면 마치 광역버스 같은 느낌이랄까? [본문으로]
  3. 그러나 이게 쉬운게 아니었다. 날씨와 시간대가 잘 맞아 떨어져야 볼 수 있는 경치도 있었다. 그래도 우도8경 중 6경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했는데... 절반도 제대로된 인증샷 하나 건지지 못했다. 그나마 서빈백사와 지두청사 정도... [본문으로]
  4. 우도는 바다로 둘러싸인 섬이라 회가 좀 싸지 않을까 했는데, 아니란다. 단순히 관광지라 비싼게 아니고, 이곳 어획량이 적어서 횟감을 제주도에서 배로 실어 날라오기때문에 더 비싸다고 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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