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1/25 23:31

2009년 설날 둘째날

병실에서 잠을 엄청 설쳤다. 환자분들이 계시니 난방을 매우 충만하게 하고 있었다. 더위를 많이 타는 나로서는 정말 힘들 환경이었다. 게다가 세균문제로 가습기도 사용하지 않으니 덥고 건조한 공기는 더욱 나를 쉽게 잠들도록 두지 않았다. 새벽 2시가 한참 지나 혼자 병원 주변을 1시간 가량 배회하다 4시가 다 되서야 겨우 잠든것 같다.

병원 조식은 7시에 배급된다. 얕은잠을 잔 탓에 작은 인기척에 잠에서 깼다. 6시 반쯤이었을까... 피곤하기도 하지만 건조한 공기에 눈도 따갑고 머리는 떡지고 얼굴엔 개기름이 좔좔~~~ 겨우 몸을 일으켜 세수만 가볍게 하고 병실로 돌아왔다. 어머님은 그 맛없다는 병원밥 다 드시고 12층에 있는 하늘정원에 산책 가보자고 하신다.


8시가 좀 넘어 아버님도 뵙고 우리집으로 가야겠다 싶어 어머님께 인사 드리고 좀 서둘러 나왔다. 아침도 먹어야 하고 해서 말이지... 날도 날이고 시간도 시간이니 병원 주변에 이시간에 장사하는 가게는 찾을 수 없었다. 일단 서면에 가서 먹자골목에 가보리고 했다.

서면 먹자골목에 들어서니 역시 설날휴일 이른 아침에도 장사를 하는 가게가 있었다. 서울에선 쉽게 찾아보기 힘든 돼지국밥집... 얼마나 그리웠던가. 이 또한 사진에 담아두지 않을 수 없지 않겠나 싶어 딸랑 한장 찍고 바로 숟가락을 들었다.


이때 먹은 돼지국밥은 정말 평생 내 혀에 기억되어 있을 것 같다. 너무 맛났다. >.< b 왜 서울에는 돼지국밥집이 없는것이야!!!

아침을 국밥으로 해결하고 마눌님 집으로 가는 아파트 버스가 올때까지 롯데백화점 지하 분수광장에서 시간을 때웠다. 10여분 기다리는 동안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이런짓 하며 놀았다.


마눌님 집에 들려 아버님께 인사를 드리고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점심때 까지는 우리집에 가서 설 음식도 준비해야되고 하니 오래 머물진 못했다. 근데 병원에 계신 어머님보다 아버님 얼굴이 더 초췌해 보이셨다. 내가 걱정했던 어머님은 생각보다 좋아뵈여서 다행이다 싶었는데 아버님은...ㅠㅠ; 어머님이 설 준비때문에라도 빨리 퇴원 하시려고 하는걸 아버님이 말리셨단다. 앞으로 6개월 간은 어머님 허리 보호를 위해 앉거나 물건을 들거나 해선 안된다는데... 어머님 성격을 잘 아시는 아버님으로선 설날만큼은 어머님을 무조건 병실에 강금(?) 하셔야만 했을 터다. 때문에 아버님이 너무 고생하셨다.

그렇게 잠시 머문뒤 인사 드리고 우리집으로 넘어왔다. 오자마자 짐부터 풀고 어머니랑 아버지께 인사드린 뒤 바로 장을 보러 가야했다. 점심은 간단하게 군것질로 때우기로 했다. 어머니랑 동생 그리고 우리, 이렇게 넷이서 집 앞에 있는 홈플러스에 들러 설 음식 준비를 위한 재료를 준비했다.


쇼핑에서 빠질 수 없는게 있다면... 요롷게 군것질 하기~

집에 돌아와서 마눌님과 동생은 함께 재료 다듬기에 들어갔다. 재료 다듬기 끝나면 이번엔 전 붙이기~ 내가 하는 임무는 항상 정해져 있다. 난... 콩나물 대가리 따기~!


마눌님과 동생이 만든 전이다. 그리고 남은 전 옷은 이렇게~


우리 집에선 설 음식 준비를 최소화 해서 한다. 대부분 울 어머니께서 미리 준비 해 두시지만 전이나 생선, 국, 나물 같은건 전날 이렇게 함께 준비한다.


열심히 설 음식 준비중인 울 마눌님이랑 어머니 그리고 내 동생... 그리고 사진기 들고 옆에서 얼쩡대는 나! ㅡ.ㅡ; 이렇게 대충 설 음식 준비는 마무리 되어 갔다.


설날 음식 준비하는 날이면 항상 여자분들은 힘들고 피곤하고 해서 대게 저녁을 밖에서 해결한다. 작년에 동생한테 돼지국밥에 대한 그리움을 강하게 어필했던걸까? 우리가 오기전에 오늘 돼지국밥 장사하는 집을 알아보러 다녔단다. 그 얘기를 듣곤 아침에 먹었지만 또 먹어주겠단 각오를 다졌다. 아버지는 요리를 하는 동안 잠시 산책 다녀 오시면서 집 근처 돼지국밥집이 오늘 저녁 8시까진 장사 한다는 정보를 입수해오셨다.


아침에도 돼지국밥! 점심은 대충 때우고... 저녁에도 돼지국밥! 그래도 너무 너무 맛있었다. 아침에 먹은 돼지국밥을 잊을 수 없다며 그 맛에 대한 찬양을 아끼지 않았지만 저녁에 맛본 단백하고 깔끔한 그 맛 또한 월등했다. 이번 설엔 정말 돼지국밥 만큼은 원없이 먹어보고 가는것 같다. (얼마나 그 맛에 푸~~~욱! 빠졌던지 이땐 디카를 들고 갔더랬지만 사진 찍는걸 깜빡했다.)

식사 후 다시 집으로 돌아와 남은 잔업을 마무리 했다. 그리고 9시 다되서 우리는 동생과 함게 밤 나들이를 나섰다. 항상 바쁜 일정에 잠시 쉴 틈도 없이 바빴었는데... 이번엔 좀 짬이 나는가 보다... 했는데! 막상 인사드리고 자정 전에 돌아오겠단 약속하고 떠나긴 했지만 싱크대 남겨진 설겉이 더미와 찌게 그릇을 보니 좀 맘이 편친 않다. 내일은 나도 좀 도와서 설겉이라도 같이 거들어야겠단 생각을...

초고속으로 잠깐! 하고 동생 차에 후딱! 올라탔다. 항상 명절때 2박3일로 고향에 와서 하룻밤은 마눌님 집에서, 하룻밤은 우리집에서... 그러곤 다시 부랴 부랴 올라가버리게 되니 내 고향 부산의 모습을 느긋하게 둘러보기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울 마눌님은 더욱이 이렇게 나들이 나서는게 편치 않을 터인데... 이번에 별 말 없이 같이 나서주는걸 보니 내려오기 전날 내가 바다 보고싶다고 노래 부른게 신경 쓰였나 보다. 오늘 같이 이렇게 또 추운데 한마디 군소리 없이 나서 주셨다. ^^;


얼마전 종이우산님의 블로그에서 한 포스트를 보고는 부대 앞 키친테이블이라는 고양이 카페도 가보고 싶었지만 시간도 많이 늦었고 날도 날인만큼 거긴 다음 기회로 미루고 해운대로 출발했다. 깜깜한 탓에 바다를 보진 못했지만 그래도 들을 수는 있었다. 수평선이 어딘지 볼 순 없었지만 바다가 내 앞에 있음은 느낄 수 있었다.


오랜만에 찾은 해운대라지만 변해도 참 많이 변해 있었다. 서울 강남 도곡동의 포스를 넘는 웅장한 규모와 조명으로 무장한 주상복합 아파트들이 줄지어 보였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론 가물 가물한 기억으로만 남은 달맞이 고개가 보였다. 설날인데다 추운 날씨 탓에 사람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몇몇 사람들이 바다를 거닐다 폭죽을 쏘는걸 발견 할 수 있었다.


몸도 잠시 녹일겸 커피숍을 들렸다. 근데 여긴 너무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다른 커피숍을 찾기로 했다. 작은 차로 하나 건너선데... 톰앤톰스는 자리가 넉넉했다. 돼지국밥 먹고 얼마나 지났다고 저게 넘어간다. 특히 동생 엄윤이의 식욕은 가히 놀랍다. 보는것 마다 먹잔다... 그럴것이 오랜만에 오래비 왔다고 돼지국밥 반을 내게 넘겼으니...^^;


시간은 좀 있는데 밤이라 딱히 볼건 없고 바다소리는 듣고 느꼈으니 다시 차를 타고 다른곳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주차장으로 이동하던 중 예전에 중구난방으로 인도를 점령하던 포장마차가 한곳에 모여 포장마차촌이란 군락을 만들었다. 이곳 해운대 바닷가의 옛 추억이기도 한 이 포장마차들이 주변 정비사업을 통해 사라진줄로만 알았는데... 이렇게 자릴 잡고 있었다. 참 반갑기도 하지만 휑~ 한 모습에 좀 아쉽기도 했다.


차를 타고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 광안리에 들려보기로 했다. 예전에 광안대교를 한번 잠시 본적은 있지만 사진으로 남겨두진 못했다.

광안리에 도착하자 해운대와는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뭐... 옛날에도 해운대와 광안리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긴 했지만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 특히 광안리의 모습은 뭐랄까... 상당히 정숙해졌다고나 할까? 예전에 비해서 말이지... 광안대교가 들어서면서 많은 환경정비가 이루어진 탓인지 이젠 관광지의 모습을 하고 있다. 더 이상 날라리들의 놀이터만은 아니었다.


카메라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은터라 많은 사진도 찍지 못했는데 게중에 그나마 하나 겨우 건진게 이거다. 삼각대도 없으니 나무나 화단에 카메라 겨우 고정시키고 셔터를 눌렀다.


늦은 시간이지만 역시 광안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갓길주차도 하기 힘들 만큼 차와 사람들로 가득했다. 광안대교 때문인지 잔잔한 파도에 파도소리는 듣기 힘들었다. 자동차 경적 소리와 음악소리, 그리고 사람들의 웅성임만 있었다.


한바퀴 돌아본 후 이젠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울 마눌님은 잠들어버렸다. 밤 11시 40분... 집에 도착해서 마눌님은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그리고 엄윤이와 나는 오랜시간 잠들지 못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고향 집에서 바라 본 부산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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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삼순이.엄마. 2009/01/29 11:18 address edit & del reply

    옷..여긴..부산..저도 부산이 고향이에용....해운대 앞..스타벅스.정말 좋아하는 곳인데..
    가고 싶네용..............

    • BlogIcon 영이짝찌 2009/01/29 20:18 address edit & del

      오~ 그렇군요~^^; 고향분이라니 반갑네요~ㅋㅋ
      담엔 꼭 날 밝은날 가보고 싶네요... 아쉬웠어요~^^

  2. 새벽달 2009/01/29 16:42 address edit & del reply

    사진은 스타벅스에서 찍고 커피는 톰앤 톰스에서 마셔주는 센스!!

    • BlogIcon 영이짝찌 2009/01/29 20:21 address edit & del

      아~ 못느꼈는데... 지금 다시 보니...
      그런 센스가 제게도 있었군요. 기특하져?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