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0/22 21:07

오디의 추억

카리스마 오디

[2001.01.11] 카리스마 넘치지 아니한가?

요즘 "WABE네 이야기" 포스팅 하려고 열심히 사진 정리 작업을 하고 있다. CD에 봉인되어있던 사진을 비롯해서 노트북, 서버에 저장된 사진들까지 모두 긁어모아 매일 조금씩 날짜별로 폴더를 만들어 분류하고 있는거다. 그러던 중 아직 남아있는 오디 사진을 발견했다.

예전 잠실 시영아파트에 세들어 살때다. 자취하던 시절인데, 처음 이곳으로 이사와서 며칠 지내다 보니  쥐가 있는게 아니던가! 그래서 쥐 퇴치용으로 고양이 한분을 용병으로 모시게 되었는데 그때 그분이 "오디"였다. 처음으로 내가 고양이를 키우게 된거다. 고양이에 대한 아~~~무런 지식도 없었고, 애정도 그다지 없었다. 오로지 목표는 쥐 퇴치였기에... (정말 오디가 온 이후로 쥐는 코빼기도 안보였다. 효과는 무섭게 확실했다.)

삭발한 오디1

[2001.01.05] 털이 심하게 뭉처 미용실에서 털을 확! 밀어버렷다.

삭발한 오디2

[2001.01.05] 스핑크스도 아니고 불쌍해 보이기 이전에 징그러웠다.ㅠㅠ


오디를 만난 곳은 그 유명한 충무로... 미션이 쥐잡이였기에 품종이고 뭐고 상관없었다. 젤 싼녀석을 찾던 중 한 가게에서 터키시 앙고라인데 피부병이 좀 있는데 싸게 데려가라기에 넵다 데려온거다. 지금 기억하기엔 녀석이 그 피부병 때문에 전 주인한테 버림받았다고 들은것 같다.

움츠린 오디

[2001.01.13] 나 땜시 움츠린거니?

처음 며칠동안은 오디가 기다리고 있을꺼란 생각에 퇴근길이 즐거웠다. 함께 놀아주고 재롱도 보고...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오디덕에 쥐는 사라졌지만 녀석의 화장실 냄새며 집안에 부유하는 녀석의 털이며... 쥐 만큼이나 성가신 존재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퇴근 후 집에 들어오면 달려와 다리에 부비부비를 한다. 피곤해 죽겠는데 놀아달라한다. 정말 귀찬은 녀석이 되어가고 있었다. 밖에서 안좋은 일이 있었다면 곧잘 녀석에게 화풀이도 해댔다.

동생이 함께 지내게 되면서 오디의 모든 뒤치닦거리는 동생이 도맡게 되었다. 녀석의 미용이며 사료며 화장실 모래며... 그러면서 오디녀석 나를 피하기 시작했고 동생에게 메달리기 시작했다. 어쭈~ 이녀석 봐라...(이후에 알았는데 이때 동생은 오디와 정이 깊게 들었던것 같다. 그다지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오디를 만나고 나서 고양이가 좋아졌단다.)

그러다 결혼을 위해 새 집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비록 전세이긴 해도 새로 지은 빌라라 쥐가 있을리 없고 또 주인집에서 애완동물은 안된다 했다. 그래서 그때 오디를 동생 친구에게 입양보내게 되었다. 오디를 다른 집으로 입양보내는 일도 동생이 알아서 다 했었다. 그리고... 그게 마지막이었다.

털이 좀 자란 오디

[2001.02.06] 털이 많이 자랐다.

발라당 오디

[2001.02.10] 어쩌다 한번씩 이렇게 잔다.


이번에 고양이를 분양받으면서 내가 굳이 보리를 고집했던건 내심 오디에 대한 애증이 있었기 때문인듯 하다. 잘 챙겨주기는 커녕 엄청 괴롭혔으니 말이다. 지금에서야 미안했던 감정이 보리에게 표현되고 있는듯 하다. 보리와 오디는 성격이 좀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닮은 점이 훨씬 많아 보인다. 같은 품종이라 그런가? 

보리는 오디처럼 내 침대 위에서 잔다.
보리는 오디처럼 장난이 심하지도 않다.
보리는 오디처럼 무척 도도하다.
보리는 오디처럼 외로움을 탄다.
보리는 오디처럼 아무리 외롭다 해도 쉽게 사람에게 몸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러나... 보리는 오디처럼 쥐 퇴치가 목적이 아니다. 함께 살고자 할 뿐이다.

오디 사진을 보며 옛 생각을 하니 지금의 보리에게 더 잘해주고프다. 오디는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나이도 많이 먹었을텐데... 사람으로 치면 중년을 넘긴 아저씨...정도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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