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절정으로 치닫거나 계절이 바뀔때 즈음이면 항상 얼굴에 심한 화농성 여드름으로 도배되곤 했다. 이게 나중엔 사회생활에 지장을 주고 대인기피증 까지 생기려 하자 "그 무서운 병원"을 찾게 되었다. 몇달 동안을 레이저와 주사바늘들과 매주 2시간 이상 씨름을 했어야 했다. 그리다 어느세 슬쩍 화농성 여드름이 자취를 감추었고 그 이후 얼굴엔 영광의 상처들로만 남았다.
"내가 여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연예인도 아니고... 그래봤자 여드름인데... 쳇! 이러다 말겠지..."
하는 생각에 방치하다 결국... 수많은 크레이터와 울긋 불긋한 피부를 가지게 된거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으시는분들 중에 여드름으로 고민하시는 분 계시다면 딴 생각 마시고 무조건 피부과 가서 치료 꼭! 받으세요~ 특히 성인 여드름은 늙을때 까지 함께 데리고 갈 친구라 생각하시고 여드름 치료에 임하세요~) 그래서 난 사진 찍히는걸 죽어도 싫어라 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러한 모습도 내 모습이니 사랑하자고 주문을 걸고 있다.
그 이후로 한 2년여 정도 여드름엔 신경을 끄고 그나마 좀 편하게 생활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도 사회생활 하며 피할 수 없는 술자리에선 많이 신경이 쓰이는건 어쩔 수 없었다. 알콜도 거의 직접적인 원인에 속하니 말이다. 그러다 최근 공교롭게도 보리와 뭉치를 데리고 온 이후 부터 오른쪽 볼 아래에 화농성 여드름으로 보이는 화산 하나가 활동을 재개하기 시작하려는 움직임이 보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그 크기도 커져가며 폭발할듯 하면서도 속에서 세력확장만 할 뿐 분출되지 않는거다. 슬슬 병원을 들려야 할텐데...하는 걱정이 들기 시작했지만 선듯 나서지 못했다. 치료받을때의 통증도 무척 겁이 나고 또 그 시간도 장장 2시간에 걸쳐 진행되는데다 한번 치료에 20만원 상당의 돈이 날라가버리니...
"앗! 내 피부에 여드름이!!! 이런~ 정의의 이름으로 너를 쪽! 쪽! 짜버리겠다!"
이게 죽어도 안된다 이거지. 앞으로 결혼기념일도 다가오고 그럼 사진으로도 남겨야 할텐데... 또 부모님도 몇주 뒤에 오실텐데... 친구들과 후배들도 얼굴 봐야 하는데... 오만 생각이 다 들어도 쉽게 병원으로 발걸음 하기 쉽지 않았다. 그러다 어제 용기 내어 병원에 들렸다. 병원에 들어서자 편안한 인테리어와 부드러운 음악... 2년전과 다름없이 친절하게 맞이해주는 카운터 간호조무사 아가씨들... 헐... 이 모든게 나에겐 아~~~무 소용없다. 다리 후달리는거 그딴걸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껏 들어가서는 쬐~끔 기다려야 한다기에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그럼 내일 다시 올께요~~~^^;" 하고 꽁무니를 빼고 말았다. 다행스러운건 그나마 진료 예약을 하고 나왔다는거...
오늘 내 담당 선생님의 첫마디는... "오랜만에 오셨네요~" 심기가 불편한 나는 속으로 "그럼... 멀쩡해도 맨날 와서 병원에 돈 발라 달라고?"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째튼 상담 후 다행스럽게도 화농성 여드름 짜는 시술 외에는 굳이 안해도 된다 하셨다. 예전엔 아마 얼굴 전반에 염증이 심해서 그랬던것 같다. 보통 예전에 시술 절자는 이랬다.
- 세안 후클렌징을 한다. 이곳에서는 관리사가 직접 물 수건 같은걸로 세안 겸 클렌징을 해주었다.
- 레이저 시술실에서 염증 부분을 레이저로 구멍을 내거나 절개하여 속에 든 고름을 짜낸다. 필요에 따라 주사를 환부에 맞기도 한다. 염증이 심할경우 치료를 돕기 위해 맞는거라 한다.
- 피부관리실에서 나머지 여드름을 짜낸다. 직접 보진 못했지만 어떤 도구로 여드름 부위를 힘껏 누른다. 이건 참을만 하다. 노출된 여드름이 아닌 피부 안에 든 여드름의 경우 소독된 바늘 같은걸로 쿡! 찔러 짜낸다. 이거 좀 꽤나 아팠다.
- 여드름 짜기가 끝나면 잠시 후 화학박피술(필링)을 시행한다. 아저씨들 이발소에서 얼굴 찜질 하는 느낌이다. 꽤 화끈거리기는 하지만 이정도는 참을만 하다. 이거 자주 하다보니 살짝 쾌감도...ㅡ.ㅡ; 잠시 얹어 뒀다. 겉어내고 바로 피부 안정을 위한 냉찜질 또는 얼음 찜질을 한다.
- 화학박피술이 말 그대로 얼굴 피부 한 층을 벗겨내는거다. 그래서 이어 피부재생술을 받게 된다. 이건 그냥 편하게 누워서 얼굴에 20분 정도 레이저를 쐬는거다. 레이저를 직접 보면 눈을 다칠 수 있어 눈 위에 뭔가 묵직한걸 올려둔다.
- 이번엔 얼굴에다 이런저런 온갖 짓을 다했으니 얼굴을 진정시킬 필요가 있겠다. 진정팩을 한다. 팩을 하고이것도 2-30분 정도 가만 누워 있음 된다.
- 경우에 따라 염증이 심할 경우 엉덩이 주사 맞기도 한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치고 나면 약 2시간이 소요된다. 그리고 20만원...ㅡ.ㅡ; 그런데 이번엔 2번 항목만 하면 갈 수 있다니 너무너무 감사할 따름이다. 그덕에 좀 맘이 편해졌다.
좁은 시술실 의자에 앉게 되었다. 아까 좀 맘이 편해졌다는 말 취소해야겠다. 선생님 기다리는 그 잠깐의 시간동안 어찌나 불안하고 초초하던지... 잠시 후 담당 선생님 오시고 내 얼굴에 레이저건을 들고 적을 향해 무자비한 공격을 시작 하셨다. 거즈를 대고 볼을 쥐고 쥐어 짠다. 여기서 의사 선생님의 노하우에 따라 통증의 차이가 있다. 진정한 고통과 공포는 여기에 있는 거다. 다행스럽게도 내 담당 선생님은 저번보다 훨씬 부드럽게 해주셔서 큰 통증 없이 잘 쥐어 짤 수 있었다. 그 와중에도 난 두 주먹 불끈지고 내 살이 타들어가는 냄새를 맡으며 이를 악물고 있었다. 뭐... 그렇게 아프지도 않았는데 말이지. 잠시 후... 놈들의 저항이 예상 외로 심했는지 한숨 푹~ 푹~ 내 쉬시며 내가 알 수 없는 전문 용어를 혼자 읇조리시다 확인사살이라도 하시려는듯 주사바늘로 푹! 푹! 쑤셔 대시는게 아닌가. 염증 상태가 예상보다 좀 심하단다.
시술이 끝나고 시계를 보니 상담에서 시술까지 겨우...10분 밖에 안걸렸다. 믿을 수 없었다. ㅡ.ㅡ; 어째튼 시술이 끝나고 환부에 예쁜 조무사님이 직접 연고를 발라주시고 하시는 말이 "수고하셨습니다. 처방전 받아 가시면 됩니다." 그 순간 내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지고 있음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문뜩 떠오르는 사람이 있더라. 은지원... 1박2일 경기도 일주편을 봤다면 알테다. 감정을 숨긴채 카운터에서 처방전을 받고 언제 다시 오면 되는지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염증이 다시 심해지시면 오세요~" 또 다시 여기서 난 결국 평정을 잃고 슬쩍 미소를 보이고 말았다. 아... 좀 쪽팔리기도 했지만 오늘 한번만으로 끝났다는게 너~~~무 행복했다.
집으로 돌아온 뒤 거울로 본 내 얼굴은... 레이저로 뚫린 구멍만 대략 7군데다. 아직 볼록하게 올라와 있다. 이게 차츰 깔아앉게 되면서 딱지가 생기게 될꺼다. 그때까지 약 잘 챙겨먹고 손대지 말아야 겠다. 지금까지 피부과를 다녀본 것 중에 제일 통증이 들했다. 그런데도 다리가 후달렸다. 그리고 또 이런 여드름이 생긴다면 그렇게 아프지 않다는걸 알면서도 또 다시 후달리게 될 것이다. 보리와 뭉치도 그런게 아닐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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