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1월 15일... 그날도 오늘 처럼 보슬비가 내렸다. 결혼식을 마치고 곧장 공항으로 이동해서 신혼여행을 떠났었다. 오늘로 결혼 5년차... 짧지도 길지도 않은 결혼생활... 그래도 아직은 "친구같은 애인, 애인같은 친구..." 이런 의미로 만들었던 coupliend... 그 의미 퇴색되지 않게 함께 잘 지내왔다 생각된다. 그동안 보리만큼이나 까칠한 나랑 함께 살아준다고 고생하신 마눌님께...
감사합니다~~~. ㅋㅋㅋ
지난주 까지만 해도 오늘 어디 가까운데로 여행이라도 가볼까 열심히 인터넷을 뒤져보기도 했었다. 토요일과 일요일 딱 이틀만에 결혼기념일 여행으로 들릴만한 곳을 찾는다는게 좀 힘들었다. 마눌님은 지금까지 보리가 새벽에 울어데는 탓에 잠을 제대로 자질 못해 몸이 많이 축나 있었다. 게다가 오늘은 보리와 뭉치 귀 진드기 마지막 치료일이기도 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이번에는 어딜 나서기 보다 집에서 휴식을 가지기로 했다. 그래도 결혼기념일인 오늘 저녁만큼은 뭐... 근사한데 가진 않더라도 가보고 싶었던 곳으로 외출을 해보자 해서 보리 뭉치 병원 다녀온 뒤 서둘러 외출을 준비했다.
서울에 와서는 한번도 빕스에 가본적이 없는 듯 하다. 일단 고양이카페에 들려보기로 했으니 그 근처 빕스를 찾아봤다. 서울대입구 지점이 있었다. 부산에서 즐겼던 빕스 이미지가 강했던 걸까? 왠지 분위기는 아웃백 같다. 전체적으로 살짝 어두운 분위기다. 일단 자리로 안내 받고 바로 쉬림프 & 찹 스테이크와 셀러드를 주문했다. 셀러드바에 가서 접시를 들고 둘러보는데... 부산에서 봤던 그 셀러드바가 아니다. 뭔가 다른거다. 부산에서는 한식 메뉴가 상당히 많았는데 말이지... 이곳에는 다국적 음식이 주고 한식 메뉴는 거의 없는거다. 일단 다 한번씩 맛보고자 조금씩 다양하게 담아왔다.
뭐랄까... 우리가 늙은건지... 맛있고 없고를 떠나서 그냥 고기는 고기요 야채는 야채였다. 그냥 그랬다. 우리 머리속에선 자꾸 김치찌게, 된장찌게가 떠오르는 이유가 뭔지...
마눌님이 가져온 셀러드...
메인 메뉴가 나왔다. 칼질이 귀찮았는데 이녀석 걍 포크로 푹! 찔러 먹을 수 있어 좋다. 아마 이것도 맛 괜찮은것 같은데 지금은 고기는 고기요 야채는 야채일 뿐이다. 역시 이쯤에서 또 찌게가 생각난다.
셀러드 한접시 비우고 이번엔 야채와 과일 위주로 담아왔다. 얼굴 이모양인데 저런 기름진 음식 먹고 있을 때가 아니지 않던가!... 라면서 햄은 왜 껴 있는건지...ㅠㅠ
플레인 요구르트도 가져왔는데 여기다 이것 저것 찍어 먹는 재미가 솔솔 하다. 맛나니깐~ㅋ
오렌지도 찍어먹고...
나쵸도 찍어먹고...
다음은 후식으로 빵 조금과 맛깔나게 보이는 케익 조각들, 요구르트 아이스크림 그리고 키위와 사과 두 조각이다. 내 입맛이 변해서일진 몰라도 조각 케익들과 요구르트 아이스크림은 너무 달았다.
이녀석 너무 이쁜데 역시 달다. 위에 생크림은 차가워서 솔찍히 생크림인지 아이스크림인지 헷갈릴 정도다. 후식으로 이런 조각 케익은 한 두개 정도면 될 뻔 했다.
우린 아직 항상 무슨 기념일이 되면 아웃백이든 빕스든 좀 분위기 낼만한 곳을 찾게 되는데 마찬가지로 먹고 나선 항상 후회하곤 한다. 연애 할때 습관(?)이 아직 남아서 일까... 오늘 둘이 함께 다짐했다. 다음 기념일 부턴 차라리 놀부 한정식엘 가자고... 어째튼 앞으로 고기 칼질 할 일은 없지 않을까 싶다.
이제 결혼한지 5년 문턱을 겨우 넘겼다. 앞으로의 5년, 10년... 지금 처럼 변함 없이 함께 의지하며 지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다짐해 본다. 아니 변해가는 모습마저도 사랑해 가며 말이지... 우리가 50살 60살 되어 결혼 기념일을 맞이했을 때 그때도 꼭 커플링 맞추고, 함게 손잡고 팔짱끼고 거릴 다니며 그리고 노스랜드(?)도 누비며 다닐 수 있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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