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와비부부의 제주도 여행기 - 10.13 한라산 등정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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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5 기상
우리 체력을 가늠할 수 없어 오늘 한라산 등정을 위해 다른날보다 좀 더 일찍 서둘러야 했다. 한라산 등정을 위해 배낭 짐도 꼼꼼히 다시 다져 넣고, 올레 7코스 탐방중 끊어져 매듭으로 묶어둔 배낭 끈도 다시 확인했다. 6시가 되기 전에 우리는 호텔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터미널로 향했다. 아직 동이 틀 낌새도 보이지 않는 새벽이었다. 3일동안 여행을 다니며 몸을 부렸더니 피로가 쉽게 가시지는 않는 듯... 길을 나서서도 눈엔 졸리운 기색이 가득했다. 그래도 기대반 걱정반으로 맘은 어느때 보다 설레였다.

06:15 성판악 휴게소로 출발
성판악 휴게소로 향하는 첫 버스는 아침 6시에 출발한다. 그리고 약 15분 간격으로 운행하고 있었다. 성판악까지 운임은 1,500원이다. 드디어 버스를 타고 성판악 코스의 출발점인 성판악 휴게소로 향했다. 약 30분을 달려 6시 50분에 휴게소에 도착했다. 길 건너 주차장 넘어 성판악 휴게소 간판이 보인다.

성판악 휴게소 정류장에 도착!

모르긴 몰라도 이번 여행에서 가장 고된 하루가 될것은 예상했다. 그래서 아무리 입맛이 없어도 아침을 먹어두긴 해야 했다. 휴게소에서 파는 국수와 김밥으로 아침 끼니는 해결했다. 근데... 김밥 속 재료가...ㅡ.ㅡ;

국수! 맛을 괜찮았다.

김밥은... 글쎄...ㅠㅠ;


어머니의 충고로 산을 오르며 칼로리를 보충해줄 초코바와 생수를 챙겼다.

성판악 휴게소 입구에서

그리고 아직 차가운 공기때문에 마누라 목을 싸줄 손수건 하나를 이곳에서 사게 되었다. 나름대로 여행 기념품인샘이기도 했다. 제주도 관광지와 한라산 탐방 코스가 인쇄되어 있다. 이 손수건으로 목을 감쌌다. 뿐만 아니라 일단 옷도 3~4겹 껴입고 오르기로 했다. 덥다 싶으면 벗어버림 되니 말이다.
여기에 덩달아 나도 길다란 수건 하나 기념품겸 하나 사 들었다. 분명 산을 오르며 엄청나게 땀을 흘려될 것이 분명하니, 땀 훔쳐낼 수건 하나가 필요하긴 했다. 이렇게 제주도 여행을 기억할만한 기념품을 마지막 일정에서 하나씩 건졌다. 그리고 기념사진도 한판 찍어주었다. 배낭도 어깨 끈도 다시 조율하고, 신발 끈도 다시금 바짝 묶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상당히 컨디션은 좋게 느껴졌다. 한라산이 해발 1,950m의 남한 최고봉이라 해도 성판악 휴게소가 이미 해발 750m에 위치하고 있다.
1,200m, 1.2Km... 단숨에 올라가주마!
허세도 부려보지만, 내 몸은 이미 한껏 쫄아있었다. 탐방로 입구에서 갑자기 신호가 오는 탓에 화장실을 들렸다 왔다.


07:30 성판악 탐방로로 등정 시작

성판악 탐방로가 시작되는 입구

이런 제대로된 등산은 정~~~말 오랜만이다. 아마 거의 10년만에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 근데, 그 산이 한라산이라니... 과연 내 몸이 견뎌줄까? 하는 걱정이 수시로 들었다. 하지만, 성판악 탐방로에 들어서는 순간... 머리는 하얗게 비어버리고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숲 향에 취에 기분도 한결 편한 상태로 걸어 오를 수 있었다.
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피톤치드"의 위력이란 말인가?

탐방로는 생각보다 아주 잘 정비되어 있었다.

성판악 탐방로로 이어지는 길은 내가 마지막으로 기억에 남아있는 등산로와는 사뭇 달랐다. 무척 잘 정비되어 있어 마치 산책로를 걷는듯한 기분이었다. 흙길 보다는 돌길이 많아서 더더욱 안전한 탐방을 위해 신경을 써야 했을듯 하긴 하다. 그렇다 해도 어릴적 등산할때 말 그대로 "산에 난 길"을 따라 걷는게 아니라, 사진에서처럼 정말 "걷는 길"이 만들어 져 있다는게 좀 신기하기도 했다. 이때까지는 마누라와 이런얘기도 나눴다.
올레길 보다 잘되있네~ 이정도면 할만한데~ 올레 7코스가 더 힘들었다!
뭐... 이 얘기가 그리 오래 가진 않았지만 말이다.


08:40 속밭 대피소 도착
경사는 완만해서 걷기엔 좋았지만, 계속 나무로 우거진 숲속을 걸었다. 산림욕하는 느낌이랄까... 그러다 첫 대피소인 속밭대피소에 이르렀다.
이쯤 되니... 슬슬 땀이 등을 적시고, 마누라도 껴입고 있던 옷을 하꺼풀씩 벗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잠시 목을 축이며 3분 정도 쉬고 다시 계속 걷기 시작했다. 아직까지는 산을 오른다기 보단... 걷는 정도다.

지금은 아름답게만 보이는 돌계단

폐 침목 같은걸로 만들어둔 계단


속밭 대피소를 지나서부터 경사가 조금씩 급해지는 구간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붉게 물들어가고 있는 나무들도 여기 저기서 눈에 자주 띄기 시작했다.

해발이 조금씩 높아지면서 붉은 빛을 띈 나무가 하나 둘씩 보이기 시작한다.

성판악 탐방로를 오르다보면 길 오른편으로 레일 같은게 계속 목격된다. 이 레일은 진달래밭 대피소에 있는 매점까지 물건을 운반하는 모노레일이라고 한다. 한라산 등정을 위해 사전 조사를 하던 중, 어떤 블로거분이 실제로 물건을 나르고 있는 모노레일을 사진으로 찍어 올린 글을 보고 알게 되었다.

진달래밭 대피소 매점까지 이어지는 모노레일


서서히 길도 험해지기 시작했다. 현무암으로 예쁘게 다듬어 만들어둔 돌계단은 그 간격과 높낮이가 조금씩 달라, 계단을 오르는데 은근히 신경이 쓰이며 힘도 든다. 근데, 그냥 돌로 만들어진 말 그대로의 돌길은... 돔베낭골을 걸을때와 비교하기란 어렵지만, 이 불규칙한 길을 오랜시간 걸어가는건 정말 곤욕이었다.

더욱 산행을 힘들게 만들었던 이 시커먼 돌길

게다가 진달래밭 대피소에 가까워지면서는 이 돌길도 모자라 상당히 경사진 돌 계단길도 올라야 했다. 이 구간은 잦은 급경사로 아주 그냥 심장이 터질듯 했다. 겨우 겨우 꾸역 꾸역 오르고 나니 잠시 후... 우거진 나무 터널을 지나 머리위로 쉬원스레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다. 일단 분위기상 진달래밭 대피소와 근접했단걸 직갑할 수 있었다.

성판악 탐방로를 오르며 처음으로 하늘이 쉬원스레 열렸다.

이 험상궂은 돌길을 걷다보면 고개를 바닥을 쳐박고 걷게 된다. 주변 경치라도 둘러보자치면 잠시 멈춰서서 봐야 한다. 게다가 그제 비가 와서 그런지 은근히 미끄럽기도 했다.


10:00 진달래밭 대피소 도착
이 길을 지나자 마자 바로 진달래밭 대피소가 보였다. 어찌나 반갑던지... 이제 한라산 정상 다 오른 기분이었다.

진달래밭 대피소 전경

진달래밭 대피소 간판


이곳에서 먹는 컵라면 맛은 정말 꿀맛이라고 하던데... 나 또한 진달래밭 대피소에 도착하면 반드시 컵라면 하나 먹고 말테다 다짐도 했었는데... 그런데, 먹지 않기로 했다. 왠지 먹고나면 산을 오르는데 오히려 방해가 될것 같았다. 게다가 급 신호가 올까봐, 그것도 걱정스러웠다. 아쉽지만, 쵸코바와 생수만 좀 사서 다시 길을 나섰다.

진달래밭 대피소 매점에서 판매하는 품목과 가격


진달래밭 대피소를 떠나 다시 정상을 향하는 구간도 무척 힘들었다. 급경사나 험한 돌길 때문 보다도, 서서히 체력이 바닥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라산을 오르다 보면 곳곳에 번듯하게 잘 만들어진 나무로된 계단길을 만날 수 있다. 한라산이 화산산이다 보니 그냥 지나기엔 위험한 돌길이 많을 뿐더러, 곳곳에 사고 위험이 존재하는 구간들이 있을텐데, 아마 이러한 구간에서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일일이 설치해둔듯 싶다.

곳곳에 설치되어있는 목조 계단길

걸어가는게 아니라, 거의 기어 오른다.


물론 살인적인 경사를 가진 돌계단도 등장한다. 이 구간은 그나마 한계단 한계단 눈으로 보고 확인하고... 그렇게 한발 한발 내 딛으니 그나마 나은 편이다. 진짜 사람 힘들게 하는건 역시 불규칙한 높이와 간격을 가진 보통 경사의 돌계단이다.

멀리 한라산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객들이 보인다.

그렇게 또 한참을 꾸역 꾸역 오르다 보면 하늘이 뻥 뚫리는 장소가 나타난다. 저 멀리 한라산을 오르는 등산객들도 보인다. 또 가만 보면 정상쪽가 가까워질 수록 울창한 나무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화산산이니 아마 정상에 가까울 수록 바닥이 모두 돌 덩어리여서 그런게 아닐까 싶다.

이 침목으로 만들어진 계단 덕분에 안전하게 정상까지 오를 수 있었다.

주변 분위기만 봐도 이제 한라산 정상도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성판악 탐방로를 따라 오르는 내내 울창한 나무들에 둘러싸여 왔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런 나무는 아무리 둘러봐도 보이지 않았다. 기껏해야 내 허리정도 올듯한 나무가 전부다. 그리고 주변을 잘 살펴보면 온통 돌 덩어리들 뿐이다. 이러한 장관에 감탄해 마지않는것도 잠시... 내 두 눈은 바닥에 꽂혀버리고 말았다.

정상에 가까울수록 주변엔 온통 돌 뿐이다.

한계단 한계단 딛고 오르는것 자체가 도전이 되었다. 나를 앞질러 가는 젊은 사람들은 아직 젊으니 그렇다 치고... 아저씨들이야 오랫동안 등산을 해 오셔서 그렇다 치고... 이 아줌마들은 도대체 무슨 내공인지...ㅠㅠ; 그것도 두분이서 마치 시장에 장보러 가시듯 열심히 수다 떠시며 성큼 성큼 오르셨다.

끝까지 힘들어도 꿋꿋이 오르는 내가 자랑스럽다가도, 이런 아주머니분들 한번 지나가 주시면 허탈감과 자괴감이... 이때 한번 허리 펴고 주변을 한번 둘러보곤 했다. 그렇게 추월당하며 오르고 쉬기를 여러번 하다보니...

드디어 한라산 정상이 바로 눈앞인가 보다.

거의 정상에 다다렀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평일인데도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정상에 올라 한라산의 기운을 받고 있는게 아닌가? 뭐하는 사람들이지??? 이제 정상이 코앞이긴 해도 그래도 힘든건 힘들다. 이놈의 계단이... 계단이 너무 싫다!!!


11:45 한라산 백록담 동능 정상 도착!

결국 내 두눈으로 한라산 백록담을 확인하게 되었다.

그래도... 기어코!!! 정상에 올랐다. 그리고 보았다. 한라산 백록담... 근데 물이... ㅡ.ㅡ;;; 한라산은 배수능력이 아주 탁월(?)해서, 비가 한번 거하게 쏟아진 뒤에 올라오면 그나마 좀 물이 고인 백록담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사실 이 웅장한 장관을 보면서 좀 허하긴 했다. 백두산 천지를 기대했던건 아니지만...

한라산동능정상 등정 인증샷!

그런데 한라산을 오르면서 정말 신기했던게 두가지 있었다. 첫번째는 마누라의 놀라운 산행 능력이었고, 두번째는 산행 내~내~ 시끄럽게 떠들어 대던 까마귀다.

예상치 못했던 마누라의 선전은 감탄스럽기까지 했다. 내가 오버페이스 산행을 방지하기 위해 마누라가 앞서 걷긴 했는데, 나중엔 마누라와 나 사이 거리가 많이 벌어지기도 했었다. 참 대단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참 고맙기도 했다. 잘 걸어줘서...

산을 오르는 내 들렸던 까마귀 소리

정상엔 사람뿐만 아니라 까마귀도 만원이었다

그리고 이놈의 까마귀들!!! 이녀석들 목청이 어디 좀 커야 말이지... 산행 내~내 시끄럽게 까~악! 까~악! 거리더니, 산 정상에까지 포진해 있었다. 게다가 올라오는 동안 다른 산새 소리는 거의 듣지 못했던것 같다. 어릴적 부모님과 함께 산행하면서 즐기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다양하고 아름다운 산새 소리를 듣는거였는데... 이번엔 까마귀 소리만 써라운드로 들으며 올랐다.

까마귀에게 먹이를 던저 주지 마세요!


남들은 정상에서 삼삼오오 모여 김밥과 도시락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홀로 등정한 분들은 눈앞에 펼쳐진 경치를 벗삼아 싸들고온 일용할 양식을 맛나게 드시고 계셨다. 우리는 쵸코바 하나를 서로 한입씩 배어먹고 물을 털어 마셨다. 쵸코바를 너무 적게 사와서 아껴 먹어야 했다. 흑! 그리고 기념사진 몇장 남기며 쉽게 볼 수 없는 이 장관을 잠시 즐겼다.

하산은 관음사 코스로 한다.

잠시 쉬며 쵸코바 반쪽으로 기력도 회복(?)했으니... 이제는 관음사 코스로 하산해야 하는 과정이 남았다. 그냥 이불덥고 자고 싶은데...ㅠㅠ;

길을 따라 작은 고목들이 줄지어 있다.

작은 고목도 참 아름답게 느껴진다.


관음사 탐방로는 하산을 시작하자 마자, 탄성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탐방로를 따라 줄지어 선 작은 고목 나무들이 그러했고, 저 너머 보이는 울긋 불긋 웃을 갈아 입기 시작한 산의 모습이 그러했고, 그리고 백록담 북벽으로 흘러내리는듯한 암벽 바위들이 그러했다. 많은 사람들이 왜 성판악 탐방로로 올라 관음사 코스로 하산하는 지 이해할만 했다.

백록담 북벽

서서히 붉은 옷으로 갈아입고 있었다.


정상에서 진각대피소 터까지 이어지는 길은 꽤 난코스였다. 경사도 경사였지만, 길 자체가 좀 험했다. 성판악 탐방로는 그에 비하면 공원 산책로였다. 이 길을 오른다고 생각하면 아마 심장이 터져버릴것 같았을테지만, 이거 하산하는것도 장난이 아니었다. 한걸을 내 딛을때 마다 체중과 배낭 무게가 고스란히 장단지를 거처 발목에 충격이 가해지는데, 용진각대피소 터에 도착해서는 내가 과연 얼마나 더 걸을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정상에서 용진각까지는 길이 꽤 험하다.

게다가 경사도 아주 급한편이다.



용진각대피소가 있었던 터. 2007년 태풍 "리" 소실되어 현재 터만 남아있단다.

용진각대피소는 2007년 태풍 "나리"로 인해 소실되었다 한다. 이 태풍으로 인해 백록담 북벽에서 흘러내린 암반이 급류와 함께 대피소를 덮쳐버렸다고 한다. 이때 인근 계곡 지형을 바꿀만큼 그 위력이 엄청났다고 한다.

14:15 삼각봉 대피소 도착

삼각봉 대피소

삼각봉 대피소에 도착했다. 처음엔 어디가 삼각봉인지 찾지를 못했다. 대피소 지붕이 삼각형이라 그런가... 혹은 대피소 앞에 보이던 작은 바위 모양이 삼각형이라 그런가... 별별 추측을 다 동원했었다. 근데... 이때 이미 난 정신줄을 거의 놓고 있었던게 분명했다. 바로 뒤로 웅장한 삼각봉이 떡! 허니 버티고 있었는데, 그걸 보고도 보지 못했으니 말이다.

삼각봉


삼각봉 대피소를 지나서는 거의 탈진 상태로 서서히 어지럼증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산하면서 발목은 계속된 충격으로 인해 조금씩 부어 오르는듯 했다. 앞으로 6Km를 더 가야 하는데, 걱정이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이때부터 잠깐씩 쉬어가는 시간이 잦아졌다.

그리고, 내 목에 걸린 사진기는 거의 안중에 없었다. 사진 찍을 생각은 고사하고, 몸이 휘청하며 카메라가 바위에 냅다 부딛히든 말든... 일단 내가 죽겠는데, 카메라가 문제가 아니었다.

탐라계곡 대피소

삼각봉 대피소까지 이어질것으로 예상되는 모노레일

우리의 종점인 관음사 탐방로 입구에 가까워지자, 한창 공사중인 현장을 목격했다. 한속에 뭘 저리도 두드리며 만들고 있나 싶었는데... 모노레일을 설치중에 있었다. 아마 삼각봉 대피소에 매점을 만들 계획으로 설치중인듯 싶었다. 안그래도 우리도 삼각봉 대피소쯤에 이르러 물도 떨어지고, 쵸코바도 다먹고 없어 너무 아쉬워라 했는데... 만약 다음에 다시 한라산을 방문할 기회가 생긴다면, 그땐 관음사 코스로 한번 올라보며 이 모노레일의 도착지를 확인해 보고 싶다.

이 이후로는 거의 난 탈진상태로 한발 한발 고통스럽게 걷기만 했다. 어지러운것도 부족해서 이젠 구토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관음사 탐방로 입구까지 불과 2km만 남겨둔 상황인데도, 어찌나 시간은 느리게만 흘러가는것 같던지... 이미 다리는 부들 부들 떨리는 허벅지 힘으로 겨우 겨우 발을 옮겨 가고 있었다.

15:45 한라산 완주 성공!
드디어 관음사 탐방로 입구에 도착했다. 이미 다리는 완전히 풀려버렸고, 배를 살짝만 툭! 건들어도 구토가 나올듯 매스꺼웠다. 어지러운건 뭐... 눈을 감고 있어도 핑핑 돈다. 그대로 길바닥에 주저 앉았다. 그렇게 한 5분 퍼질러 있다가, 그래도 관음사 탐방로 입구 인증샷은 찍어야겠단 일념 하나로 몸을 일으켜 카메라를 손에 쥐었다. 그렇게 해서 찍은 컷이....

관음사 탐방로 입구

구도가 어떻고 노출값이 어떻고... 그런거 이미 없다. 아예 산행을 시작할때부터 자동 똑딱이 모드로 맞춰뒀다. 어짜피 그딴 손가는 짓을 못하리라 예상은 했거든~ 그렇게 겨우 마지막 인증샷을 카메라에 담고, 일단 관음사 휴게소로 발을 옮겼다. 뭐라도 좀 먹어야 했다.

우선 시원하고 달짝한 콜라가 땡겼다. 캔 하나를 순식간에 털어넣고, 만원짜리 파전을 한접시 시켜 먹었다. 이곳에는 평일에 지나다니는 버스가 없기 때문에 택시를 탈지, 아니면 버스가 다니는 길까지 걸어갈것인지 결정해야 했다. 여행을 계획하면서도 택시를 이용하지 않고, 최대한 시내외버스로만 여행 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떠난 여행인지라 잠시 고민을 하게 되었다. 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약 2Km정도의 거리를 걸어야 했기 때문이다.

파전을 먹고 생수와 음료를 사들고, 휴게소를 나와 길가에 걸터앉아 담배 한대 물었다. 다른 등산객이 택시 기사에게 요금을 물어보는듯 보였다. 여기서 제주시외버스터미널까지 15,000원에 모신다네~ 훔... 꽤 솔깃했다. 뭐... 지금 내 몸상태로 봐선 아깝지 않은 가격이라 생각되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힘들게 한라산 등정을 성공해 놓고, 택시 이용을 절제하겠단 목표는 이루지 못하는가? 하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마누라와 상의 끝에 한번 걸어가 보기로 했다. 지금까지 한라산 18km를 걸어와 놓곤 고작 2km 못걷겠냐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파전먹고 나니 기운이 좀 도는게, 아마 당이 떨어져서 더욱 힘들었던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쵸코바는 내가 거의 다 먹었는데, 마누라는 뭐지? 진짜 천하무적인가???) 그리고 걸어가다 보면 소위 도깨비 도로라고 하는 신비의 도로가 있는데, 이것도 보너스로 구경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아쉽게도 그걸 즐길만한 힘은 남아 있지 않았다. ㅠㅠ;

도깨비도로라 불리는 신비의 도로. 구경할 힘도 없어 그냥 표지석만 사진으로...



17:00 제주의료원 버스정류장에 도착
이제 숙소로 찾아가야 한다. 제주도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낼 숙소는 가급적 제주공항과 가까운 위치에서 찾아 보았다. 다음날 오전 9시 20분 출발 비행기를 타려면 가급적 공항과 가까워야 했다. 그러나 제주공항과 가깝고 시내버스와의 연계도 좋은 그런 숙박업체를 찾기란 좀처럼 쉽지 않았다.(그런 위치에는 보통 호텔들이 위치하고 있었다.) 그래서 버스 정류장과는 거리가 있더라도 공항과 인접한 숙소로, 용머리 해안쪽에 위치한 펜션들 중 몇곳을 꼽아두었었다.

제주의료원 버스 정류장에서 5.16노선 시외버스를 타고 제주지방법원 정류장에서 하차했다. 여기에서 다시 용담로터리로 가는 시내버스로 갈아탔다. 용담로터리에서 펜션까지는 좀 걸어야 했다. 길을 물어 용머리 해안쪽으로 향해 숙소를 찾아 갔다.
그런데, 길을 가던중 쌩뚱맞은 요상한 교통표지판 따위를 하나 발견했는데, 그 뒤로도 계속 연이어 발견되었다. 아직도 이게 무슨 장난인지 알아내지 못했다.

정체모를 표지판



18:30 숙소 도착
그렇게 펜션에 도착했건만... 미리 점 찍어두었던 타워 펜션은 이미 객실이 꽉 찼단다. 그래서 바로 옆 바위섬 펜션에 들렸다. 다행히 빈 방이 있어 좋든 싫든 이곳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기로 했다. 그래도 다행인건 비수기 8만원짜리 객실을... 이번에도 6만원에 이용하기로 했다. 역시 비수기때 떠나는 여행이 여러모로 참 저렴하게 치는듯 하다.

이 위치의 펜션을 후보지로 선택한 이유에는 저녁에 용두암을 둘러볼 목적도 있었지만... 편의점 도시락으로 간단히 저녁을 때운 후 바로 기절(?)해 버려, 숙소 발코니에서 바라본 용머리 해안쪽 야경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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